월세처럼 매달 배당을 주는 기업,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 분석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건물주' 회사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금융시장은 높은 금리라는 거대한 파도에 흔들렸습니다. 특히 금리 변동에 민감한 부동산 투자 섹터, 즉 리츠(REITs)는 주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역풍 속에서 내실을 더욱 단단하게 다진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건물주 회사’로 불리는 리얼티 인컴입니다.
지난 8월 22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던진 메시지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 둔화와 경기 완화 조짐을 언급하며 "위험 균형의 변화에 따라 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이 발언은 직접적인 금리 인하 신호는 아니었지만, 시장에서는 긴축 기조의 완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높은 금리라는 중력이 약해지는 순간, 리얼티 인컴과 같은 배당주, 특히 리츠의 매력은 다시금 부각될 것입니다. 단순히 '좋은 회사'라고 칭찬하는 것을 넘어, 지금 이 시점이 왜 리얼티 인컴을 다시 살펴볼 중요한 타이밍인지 숫자와 구조, 그리고 거시경제적 관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리얼티 인컴은 어떤 회사인가? – 리츠(REITs)의 이해
먼저 리얼티 인컴의 정체성을 이해하려면 '리츠(REITs)'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쉽게 말해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 수익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회사입니다. 마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큰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나누어 갖는 것과 같습니다.
리얼티 인컴이 임대하는 부동산은 대부분 월마트, CVS 약국, 세븐일레븐, 홈디포 등 사람들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매일같이 이용하는 생활 필수 시설입니다. 즉, 경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임대료를 확보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구조 덕분에 리얼티 인컴은 주가 변동성이 있더라도 매달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2. 핵심 현금 지표: AFFO와 P/AFFO 분석
“은행 예금이나 국채 금리가 4%대인데, 굳이 리츠를 사야 할까?”
이 질문은 지난 몇 년간 리츠 시장을 짓눌렀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금리는 자산 가격의 중력'과 같습니다. 무위험에 가까운 이자가 4%를 넘어서면, 위험을 감수하고 5~6%의 배당을 받으려는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집니다. 그 결과 리츠 주가는 눌리고,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은 높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가는 눌렸지만, 리츠들의 '현금 창출 능력'까지 멈춘 것은 아닙니다.
AFFO (조정 운영 현금 흐름)
리츠의 실제 현금 흐름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AFFO(Adjusted Funds From Operations)'입니다. 이는 세입자에게 받는 월세 등 현금에서 건물 유지보수 등 필수적인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실제로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줄 수 있는 '순수하게 남는 돈'을 의미합니다.
리얼티 인컴 같은 초우량 리츠들은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경기 둔화 등 모든 역경을 뚫고 이 AFFO를 꾸준히 증가시켜 왔습니다. 2025년 2분기 실적(출처: 인베스팅닷컴, 2025년 8월 7일)에 따르면, 리얼티 인컴은 매출이 전년 대비 5.2% 성장했으며, 주당 AFFO는 1.05달러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제시한 2025년 연간 AFFO 가이던스(목표치)도 상향(4.24~4.28달러)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P/AFFO (주가 대비 AFFO 비율)
이 회사가 현재 저평가 영역에 있는지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는 'P/AFFO(Price/AFFO)'입니다. 이는 주가 나누기 1년치 주당 AFFO를 의미하며,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얼티 인컴의 현재 P/AFFO는 약 13.4배 수준으로, 동종 대형 리츠들의 평균인 약 15.5배보다 낮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의 과거 10년 평균 P/AFFO인 약 17.8배와 비교해도 역사적으로 낮은 구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회사의 현금 창출력은 꾸준히 좋아졌는데, 주가만 눌려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마치 스프링을 꾹 눌러놓은 형상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주가 상승의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3. 지루하지만 강력한 사업 모델: 트리플넷 리스(Triple-Net Lease)
리얼티 인컴의 사업은 지루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미국 전역과 유럽에 걸쳐 있는 편의점, 약국, 물류센터 등에 '트리플넷 리스(Triple-Net Lease)' 계약을 통해 부동산을 임대합니다.
트리플넷 리스란 세입자가 재산세, 보험료, 건물 유지 보수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는 계약 구조입니다. 집주인인 리얼티 인컴은 계약에 따라 임대료만 받으면 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지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갑작스러운 비용 변수가 적어 안정적인 현금 흐름(AFFO)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이나 고물가 시기에도 건물주로서의 지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4. 2025년 재무 상황 및 거시경제적 순풍
주식수 증가의 오해와 조달 비용
리츠는 법적으로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따라서 회사 내부에 남겨두는 돈(유보금)이 적어 성장을 위한 자금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츠는 부채를 내거나 주식을 추가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합니다. 금리가 낮을 때는 부채를 활용하고,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 발행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합니다.
중요한 점은, 주식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조달한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가'입니다. 2025년 2분기(출처: 코어비트, 2025년 8월 8일)에 리얼티 인컴은 약 12억 달러를 초기 현금 수익률 7.2%로 투자했습니다. 자금 조달 비용을 고려해도 약 1.81%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돈을 빌려와서 더 높은 수익률로 운용하는 '경영의 힘'을 보여주며, 주주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축적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리얼티 인컴의 부채 95%가 '고정 금리'로 설정되어 있어, 금리 급등기에도 이자 비용의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거시경제적 순풍: 잭슨홀 미팅 이후
2025년 8월 22일,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물가 안정 목표(2%)를 재확인하면서도, 고용 둔화 등 경기 상황을 유연하게 고려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는 긴축 기조가 정점에 달했거나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습니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리츠에게는 다음과 같은 순풍이 불게 됩니다.
- 상대적 매력 증가: 금리 하락으로 은행 예금이나 국채의 이자율이 낮아지면, 리츠의 꾸준한 배당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 할인율 하락: 투자자들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이 금리 하락과 함께 내려갑니다. 이는 동일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회사라도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게 됨을 의미합니다.
5. 적정 주가와 투자 판단: DDM과 멀티플 비교
투자는 항상 개인의 판단과 책임이지만,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정 주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 배당할인모형(DDM): 이는 앞으로 받게 될 모든 배당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여 합산함으로써 이론적인 주가를 산출하는 방법입니다. 배당 성장률과 요구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리얼티 인컴의 적정 주가는 약 62.8달러 근처로 계산됩니다.
- 동종 업종 멀티플 비교: 비슷한 대형 리츠들의 평균 P/AFFO 멀티플인 약 15.5배를 리얼티 인컴에 적용하면, 적정 주가는 약 66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두 값을 보수적으로 평균하면 약 64달러가 나옵니다. 여기에 자신의 안전 마진(10~20%)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10% 안전 마진을 적용하면 58달러가, 20%를 적용하면 51달러가 참고할 만한 매수 구간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의: 이 가격들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시장 상황과 개별적인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 준비된 자에게 오는 기회
리얼티 인컴은 매달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며, 오랜 기간 동안 배당을 늘려온 신뢰의 기업입니다. 높은 임대율과 증가하는 현금 창출력(AFFO)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트리플넷 리스라는 예측 가능한 계약 구조와 장기 고정 금리 부채 덕분에 비용 변동성에서도 안전합니다.
현재 리얼티 인컴은 과거 평균과 동종 업종 대비 저평가된 구간에 위치해 있으며, 거시경제적 환경 또한 금리 인하라는 순풍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는 단순히 '비싸서 못 산다'는 감정적 판단보다는, '싼데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이성적 분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 이유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매달 월세처럼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금리 사이클에 따라 오르내리는 예금 이자를 원하시나요?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투자 감각을 제공합니다. 리얼티 인컴과 같은 종목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현금 흐름'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더해줍니다.
좋은 기업은 때때로 우리가 편안하게 매수할 수 있는 가격으로 돌아옵니다.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합리적인 가격대를 정해두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현금 흐름 설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